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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달 최저임금 살이에 탈진하다 – 노동의 배신 이 말하는 현실의 민낯

생성일
2025/06/23 06:10
책제목
노동의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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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직접 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본 체험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 르포르타주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노동 현장 탐방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가난’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노동’을 얼마나 저평가하는지를 몸으로 증명한 치열한 기록이죠.
이번 컬럼에서는 『노동의 배신』을 통해, 기자가 한 달간 경험한 최저임금 살이의 생생한 현실을 따라가며, 우리가 외면해온 구조적 빈곤, 비가시적 노동, 그리고 인간의 존엄에 대해 천천히 되짚어보겠습니다.

체험이 아닌 생존 – 기자는 왜 현장으로 뛰어들었나?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취재 목적이 아니라, 사회 과학자로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기 위해 이 실험을 시작합니다.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집세를 내고 밥을 먹으며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단순한 생계의 계산을 넘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선’을 확인하고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녀는 학력도, 커리어도 숨기고 호텔 청소부, 웨이트리스, 대형마트 점원으로 취업합니다. 하지만 단 몇 주 만에, 현실은 체험이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만들 만큼 가혹합니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월세는 못 낸다

첫 번째 직장은 플로리다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바버라는 하루 10~12시간을 일하지만, 세금 떼고 받는 돈은 겨우 몇 백 달러.
더 큰 문제는 임금이 아니라 주거입니다. 월세는 최저임금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혼자 사는 원룸은커녕 모텔 하루 숙박비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저소득층은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여러 명이 좁은 방에 얹혀 삽니다. 일은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잠잘 곳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피로는 배가 됩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곧 전쟁입니다.

노동은 가볍지 않다 – ‘몸의 언어’로 외치는 절박함

책을 읽다 보면 ‘노동’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화장실도 못 가고,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는 청소 노동. 생리통을 참으며 트레이를 나르고, 욕설과 무시를 견뎌야 하는 서비스 노동. 이 모든 노동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몸의 통증, 붓기, 탈진, 그리고 자존감의 상처.
하지만 세상은 이 노동을 ‘단순노동’이라고 말합니다. 저임금의 이유가 ‘기술이 필요 없다’는 이유라면, 이 질문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몸을 부서지게 써야 하는 노동이 왜 가장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 구조의 문제다

바버라는 종종 동료들에게 “왜 다른 일은 안 해?”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력서에 공백이 있으면 아예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자동차가 없으면 통근이 불가능하며,
아픈 몸을 치료할 병원조차 가지 못합니다.
즉, ‘탈출’을 시도할 여력조차 빼앗기는 것이 가난의 본질입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단지 ‘소득이 낮은 삶’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립된 삶입니다. 이들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취급되며, ‘노력’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장벽들 앞에 서 있습니다.

착한 기업이라는 환상 – 이윤은 어디로 가는가?

책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경험도 등장합니다.
직원은 늘 모자라고, 교육은 형식적이며, 감시는 촘촘합니다. 매장은 청결하고 고객은 웃지만, 그 이면에는 직원들의 무릎 통증과 화장실 참기가 있습니다.
회사는 복지를 말하지만, 정작 직원은 식사 시간도 없이 일하며, 의료보험조차 제공받지 못합니다.
이윤은 주주와 경영진에게 돌아가고, 현장의 노동자는 늘 '비용'으로만 존재합니다. 우리는 자주 ‘착한 소비’를 말하지만, 그 뒤에 어떤 노동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드뭅니다.

사회는 왜 이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가

이 책을 통해 가장 마음 아픈 지점은,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청소나 식당 일은 아무나 해도 되는 일”이라는 인식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가볍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일들이 없으면 사회는 굴러가지 않습니다.
존엄은 직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존재에서 나옵니다.
『노동의 배신』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깨닫게 합니다.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

『노동의 배신』은 한 번쯤 멈춰 서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합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얼마나 유효한가요?
우리는 이 시스템에 무엇을 기대하며, 또 어떤 책임을 지고 있을까요?
소비자로서, 시민으로서, 누군가의 동료로서, 우리는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 질문이 모일 때, 노동이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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