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시작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경제라는 경기장은 공정해야 한다. 누구든 실력과 노력에 따라 성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저개발 국가들이 국제 시장에 진입할 때, 그들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하게 된다.왜냐하면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걸쳐 축적한 기술, 자본, 정치적 영향력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선진국의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산업 보호 장치 없이 경쟁에 내몰린다. 마치 막 달리기를 시작한 아이에게 올림픽 선수와 함께 출발하라고 강요하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 경쟁’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비웃음이 된다.
행동 키워드: 공정무역 지지하기, 제3세계 브랜드 구매하기, 착한 소비 실천하기선진국의 과거, 후진국의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선진국들도 산업 초기에는 자국 산업을 철저히 보호했다. 미국은 19세기 내내 유럽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영국은 자국 산업이 성장하기 전까지 식민지의 산업을 철저히 억압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정경쟁’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그런 보호 정책을 금기시한다. ‘네가 잘못한 거야. 우리는 도와줄 수 없어.’라는 말을 ‘시장 논리’라는 포장으로 던진다.
Q: 선진국도 한때는 보호무역을 했는데 왜 지금은 하지 말라고 하나요? 자신들이 이미 다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경쟁자를 막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개발도상국이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필요한 시간
국내 산업을 일으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을 익히고 인재를 양성하고, 시장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는 그런 시간적 여유가 없다. 선진국 기업은 이미 고성능 제품과 저렴한 단가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개발도상국은 수출 경쟁에서 밀려나고, 자국 산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며 외채, 무역적자, 산업 공백이라는 삼중고를 겪는다.
행동 키워드: 공정무역 인증 제품 찾기, 로컬 브랜드 소비하기다국적 기업의 그림자, 빈곤을 더하는 시스템
선진국 기업들이 개도국에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고용하는 건 좋은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윤 대부분이 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값싼 노동력만 착취하고, 기술 이전은 하지 않는다. 고용 안정도 없다.
결국 이들은 해당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를 고착화한다. 오히려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며 빈곤을 ‘효율’로 포장한다.
Q: 다국적 기업이 들어오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요? 맞습니다. 하지만 현지 노동자 권리 보장, 기술 이전, 환경 보호 같은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착취 구조가 됩니다.진정한 공정 경쟁이 되기 위한 조건
‘공정 경쟁’이 진짜 공정하려면 단순히 출발선만 같아서는 안 된다. 경주 전에 연습할 시간, 장비를 갖출 수 있는 기회, 부상을 당했을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까지 마련돼야 한다.
가난한 나라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으려면, 기술 보호, 유망 산업에 대한 일정 수준의 보호, 국제 금융 및 무역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모든 규칙을 따르라’는 것은, 사실상 아무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행동 키워드: 지속가능한 소비, 착한 투자, 정치적 목소리 내기마무리: 공정함을 재정의하자
우리는 종종 ‘공정’을 결과로 판단한다. 그러나 공정함은 기회의 균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규칙 안에서 저개발국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정 경쟁이다. 단지 법과 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선이 다른 이들에게는 추가적인 디딤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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